틈새에서2016. 10. 2. 14:01


Party girls don't get hurt

노는 애들은 상처받지 않는다던데

can't feel anything

아무 슬픔도 모른다던데

When will I learn?

나는 그게 왜 안되지
I push it down, push it down

오늘도 이렇게 참아야 하잖아

I'm the one "for a good time call"

그냥 내 몸이 필요했던 거니
Phone's blowin' up, ringin' my doorbell

전화는 울리고 현관엔 또 나를 찾는 소리
I feel the love, feel the love

사랑이라고, 사랑이라고 믿었는데

1, 2, 3, 1, 2, 3 drink

1, 2, 3, 1, 2, 3 마셔
1, 2, 3, 1, 2, 3 drink

1, 2, 3, 1, 2, 3 마셔
1, 2, 3, 1, 2, 3 drink

1, 2, 3, 1, 2, 3 마셔

Throw 'em back, till I lose count

마셔, 정신을 놓을 때까지

I'm gonna swing from the chandelier, from the chandelier

샹들리에에 매달려 그냥 그렇게 흔들릴래
I'm gonna live like tomorrow doesn't exist, like it doesn't exist 

내일은 없다고 치자 오늘만 살면 안될까

I'm gonna fly like a bird through the night, feel my tears as they dry

새처럼 밤하늘을 날고 싶어 그럼 눈물이 마르지 않을까
I'm gonna swing from the chandelier, from the chandelier

샹들리에에 매달려 그냥 그렇게 흔들릴래

Sun is up, I'm a mess

해 떴어, 또 이 꼴이네
Gotta get out now, gotta run from this

나가야 돼, 도망쳐야 해
Here comes the shame, here comes the shame

부끄러움이 나를 찾기 전에

1, 2, 3, 1, 2, 3 drink

1, 2, 3, 1, 2, 3 마셔
1, 2, 3, 1, 2, 3 drink

1, 2, 3, 1, 2, 3 마셔
1, 2, 3, 1, 2, 3 drink

1, 2, 3, 1, 2, 3 마셔


Throw 'em back till I lose count

마셔, 정신을 놓을 때까지

I'm gonna swing from the chandelier, from the chandelier

샹들리에에 매달려 그냥 그렇게 흔들릴래
I'm gonna live like tomorrow doesn't exist, like it doesn't exist 

내일은 없다고 치자 오늘만 살면 안될까

I'm gonna fly like a bird through the night, feel my tears as they dry

새처럼 밤하늘을 날고 싶어 그럼 눈물이 마르지 않을까
I'm gonna swing from the chandelier, from the chandelier

샹들리에에 매달려 그냥 그렇게 흔들릴래


But I'm holding on for dear life, 

사실은 살고 싶어

won't look down, won't open my eyes

바닥을 보는 건 이제 지겨워

Keep my glass full until morning light

잔이 비었네 채워줄래

Cause I'm just holding on for tonight
어차피 오늘만 살 거니까
Help me, I'm holding on for dear life

살겠다고 이러잖아 나 좀 도와줘

Won't look down, won't open my eyes

눈이 감기네 이젠 다 끝났어
Keep my glass full until morning light,

잔이 비었잖아 일단 채워줄래

Cause I'm just holding on for tonight, on for tonight

어차피 내게 내일은 없으니까

Posted by 왼쪽서랍
틈새에서2016. 9. 5. 15:43

 번역에서든 현지화에서든 한국어로 쉬이 조탁할 수 없는 보편적인 틈새가 있다. 다름아닌 외래어 고유명사다.


 물론 고유명사의 발음을 한글로 음차하는 방식에 정해진 법은 없다. 이상하게 적었다고 검찰이 기소하고 그러지 않는다. 다만 국립국어원이 가이드로 정해놓은 외래어 표기규정이 있을 뿐이다. 국립국어원에서 밝히는 외래어 표기의 5대원칙은 다음과 같다.


 ① 외래어는 국어의 현용 24자모만으로 적는다.

 ② 외래어의 1음운은 원칙적으로 1기호로 적는다.

 ③ 받침에는 'ㄱ, ㄴ, ㄹ, ㅁ, ㅂ, ㅅ, ㅇ'만을 쓴다.

 ④ 파열음 표기에는 된소리를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⑤ 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으로 존중하되, 그 범위와 용례는 따로 정한다.


 ①이 가리키는 바는 명확하다. ㅸ, ㆆ, ㆁ, ㅿ 등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혹자들 중 ㅿ를 부활시켜 영어의 zoo나 zebra 등을 표기하는 데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지만 동의하기 어렵다. 한글은 발음기호가 아니라 문자다. 다시 말해 외래어 표기는 어디까지나 음차지, 전사transcription가 아니다. 원어민의 발음에 최대한 가깝게 적되, 한국어를 사용하는 대중들이 편하게 소통하도록 돕는다는 목적을 잊어서는 안된다. 게다가 ㅿ는 세종이 "중국어 日의 자음인 반치음半齒音"이라고 정했다는 기록만이 남아있을 뿐 현재는 완전히 사멸해 음가를 알 수 없어진 자모다. 당장 국문학자들 사이에서도 치경구개음인지, 유성 치경 파찰음인지, 유성 치경 마찰음인지 의견이 갈리는 판에 다짜고짜 ㅿ의 부활이라니 어불성설이다.


 외래어 표기가 전사가 아닌 음차라는 점에 입각하면 ②와 ③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겨울왕국Frozen>의 주제가 <Let It Go>의 프랑스어판 제목인 <Libérée, délivrée>를 옮긴다 치자. 프랑스어의 r은 원칙상 구개수 전동음인 /ʀ/로 발음되지만 Libérée에서는 조음 위치가 앞으로 이동해 가벼운 설측음이 섞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벨헤 델리븧헤"같은 표기는 허용되지 않는다. r은 하나의 음운이며, 따라서 하나의 기호인 ㄹ, 또는 ㅀ로 표기해야 한다는 얘기다. 덧붙여 ③에서 7언종성 받침표기법을 강제하고 프랑스어 세칙에서 r은 ㄹ로 표기하라 하였으므로, 가이드에 따르면 "리베레 델리브레"로 표기해야 한다.


 물론 국립국어원의 입장이 곧 진리는 아니며, 내가 이에 모두 동의하는 것도 아니다. 특히 ④가 그렇다. 이 규정에 따르자면 엄연히 된소리 위주로 구성된 프랑스어와 스페인어의 자음도 모두 거센소리로만 적어야 한다. Shakira의 노래 <Si Te Vas>의 한 소절을 보자.


Si te vas, si te vas, ya no tienes. que venir por mi

시 테 바스, 시 테 바스, 야 노 티에네스, 케 베니르 포르 미

떠난다면, 떠날 거라면, 다시는 돌아오지 마


 국립국어원이 만들어놓은 표준세칙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인지 한 눈에 보인다. ㄸ, ㄲ, ㅃ 등 엄연히 한국어에도 있는 자모를 죄다 거센소리로 바꿔놓는 바람에 얼핏 보면 무슨 에스페란토 같다. 게다가 국립국어원은 lobster의 표기를 영국식 발음에 가까운 "로브스터"라고 정하는 등 세칙에서 해당 언어가 발원된 지역의 발음을 우선시하고 있다. 롭스터 아닌가 싶지만 넘어가자 때문에 ya를 명백히 "쟈"에 가깝게 발음하는 남미식 발음을 반영하는 게 불가능해진다. 콜롬비아 의문의 1패 이처럼 자모의 사용을 제한하는 이유는 표기의 경제성을 위해서일텐데, "시 떼 바스"라는 표기가 "시 테 바스"에 비해 어느 구석에서 비경제적이라는 건지도 이해하기 어렵다.

 

 덧붙여 지금은 빠졌지만 예전에는 "이중모음을 되도록 배제한다"는 규정도 있었다. 국립국어원이 ピカチュウ를 "피카츄"가 아닌 "피카추"로 적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온 천하에 망신을 당한 사건도 이 탓이다. 아예 비가주로 적으라는 비난도 거셌다


 결국 "원칙은 세우되 유연하게 반영한다"는 뻔한 말로 돌아와야 한다. 한글자모가 가진 장점은 최대한 뽑아내되 지나치게 복잡하거나 해괴한 형태의 표기는 지양하자는 얘기다. 물론 번역할 작품의 내부적, 문화적 맥락도 고려해야 한다. 번역가가 혼자 폭주하면 Hermione가 헤르미온느가 되는 거고, 반대로 공부가 너무 부족하면 <반지의 제왕> 번역했던 이미도처럼 되는 거다. 여기에 대해선 나중에 더 쓸 기회가 있을 거라 믿는다.





 덧. 트위터에서 이와 같은 질문을 보았다.


 "스코틀랜드식 발음에 익숙하신 분 계신가요? 지명인 Auchnacraig를 한글로 어떻게 적어야 할까요?" 

 Auchnacraig는 스코틀랜드 중서부지방에 있는 동네 이름이다.

 구글 지도 상에는 어째서인지 "오케크레이그"로 표기되어 있지만 직관적으로도 틀려 보인다.



 과연 뭐라고 읽는 걸까? Auchna-라는 어근을 공유하는 지명은 여럿 있지만, 유튜브와 forvo 등을 이용해 확인해 보면 읽는 법이 저마다 제각기 달라 가닥을 잡기 어렵다. 아크나, 오슈나, 오크나... 심지어 한 동네에 사는 사람들끼리도 발음이 다르다! <해리 포터>처럼 작가가 발음 가이드라인을 잡아주는 경우라면 편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일단 어근을 분석하는 게 좋겠다.


 Auchnacraig는 Auchna + Craig로 분리할 수 있고, 앞의 Auchna는 게일어 어근이다. 명사 원형(게일어는 명사도 변화한다)은 Achadh고, Auchadh라는 표기도 허용된다. Achadh는 땅이라는 뜻이고, 표준 발음은 "아흐"에 가깝다. ch가 무성 구개수 마찰음 /χ/로 발음된단 얘기다. 첫 음절의 철자가 A지만 Au도 허용된다는 점 때문에 음운영어화(Anglosise)의 영향으로 앞부분을 /a/가 아닌 /ɒ/로 읽는 경우가 생긴 모양이다. /ɒ/로 발음하던 잉글랜드 사람들의 습관이 스코틀랜드로 역수입되는 등의 상호작용이 있었던 흔적이라 하겠다.


요약하면 Auchnacraig는 크레이그의 땅이라는 뜻의 게일어가 약간의 철자변형을 거친 경우다. 국립국어원에서 게일어 표기세칙을 정한 적은 없지만, 독일어 세칙에서 /χ/를 ㅎ로 적는 용례가 있다. 게일어 어근을 존중해 "아흐나크레이그"로 적는 것이 가장 합당해 보인다.


질문을 작성하셨던 분은 "오크나크레이그"라고 적는 쪽을 택하신 모양이다. 이쪽은 잉글랜드식, 적어도 스코틀랜드인이 사용하는 영어 발음에 더 가까운 표기다. 사실 원작자가 분명하게 발음을 제어해주지 않는 이상 정답이란 없다. 매번 새로 고민하고 또 공부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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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역과/게임2016. 7. 29. 21:25

내친 김에 아카데미의 건물명 번역을 모두 수정해 보았다.



Arfifact Recycler

유물 재활용 → 유물 환원소

(유물을 다시 자원으로 되돌리는 건물이므로)


Casting Stage

고용무대 → 영창의 제단

(이전 포스팅에서도 지적한 오역)


Arcane Vortex

마법 소용돌이 → 비전 소용돌이

(Magic과 Arcane을 같은 '마법'으로 번역할 이유가 없음)


Pyramidal Craft

피라미드 공예 → 피라미드 공예소

(소형 피라미드를 제작하는 '건물'이므로)


Pinnacle of Wishes

소원의 정점 → 기원의 첨탑

(여기서의 Pinnacle은 건물 꼭대기의 첨탑을 뜻하며 전 단계 건물이 제단임을 고려하면 소원보다는 기원이 어울림)


Castle

성 → 성벽

(농성전에서 추가 방어능력을 제공하는 건물이므로 방어능력에 초점을 둠)


Inscriber

헌정인 → 주문 각인소

(스크롤을 제작하는 '장소'이므로)


Arcane Library

신비의 도서관 → 비전 도서관

(번역어 통일)


Mana Core

마나 코어 → 마나 증폭핵

(방문자의 마나량을 2배로 늘려준다는 사실을 반영)


Town Portal

마을 관문 → 귀환문

(가장 가까운 마을로 귀환시키는 능력을 부여함을 반영)


Arcane Portal

마법 관문 → 비전 차원문

(번역어 통일)


Silver, Golden Pavilion

은, 황금 파빌리온 → 은빛, 금빛 갱생원

(락샤사, 즉 나찰을 유닛으로 생산하는 건물이며 나찰은 악귀였다가 참회하고 다시 태어난 호법신이므로)


Workshop

워크샵 → 천막 제작소

(치유능력이 있는 천막을 생산하는 건물이라는 점과 외관을 반영)




 이하는 인트라게임즈의 번역을 그대로 유지해도 된다고 판단되는 단어들.


University of Magic 마법 대학

Thieves Guild 도둑 길드

Lightning Pyramid 번개 피라미드

Stone, Silver Parapet 바위, 은 난간

Hall of Heroes 영웅의 전당

Capitol 의사당

Magic Guild 마법 길드

Thundercloud Coliseum 천둥구름 콜로세움

Resource Silo 자원 저장소

Alchemist Lab 연금술사 연구소

Golem Foundry 골렘 대장간

Fire Pit 화염 구덩이

Marketplace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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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역과/영화2016. 7. 29. 20:25



 얼마 전 #박지훈보이콧 해쉬태그가 온 SNS를 뜨겁게 달궜다.


 사건인즉슨 2016 하반기 최대 기대작 중 하나인 <수어사이드 스쿼드> 공식 예고편의 자막에서 할리퀸의 대사가 엉망진창으로 번역된 사실이 알려졌고, 여기에 최근 촉발된 여성혐오에 대한 여론이 맞물려 번역가 박지훈에게 포화가 쏟아진 것이다.


 박지훈이 처음 번역가로 스크린에 데뷔한 시점을 정확히 기억한다. 그건 2005년 개봉된 영화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였다. 박지훈은 "쪼다!", "당장 그 년 주민번호 불러", "됐거든?", "좋댄다" 등 가볍고 통통 튀는 번역을 거침없이 선보였고, 애당초 영화 자체가 '부부싸움'에 대한 블록버스터급 메타포였던 터라 이게 제대로 먹혔다. '센스있는' 번역가의 당당한 등장이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몇 되지 않는 소수의 번역가가 장악하고 있는 스크린 번역계의 특성상 박지훈에게는 곧 더 많은 기회가 주어졌고, 슬슬 그의 밑천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밑천이라 함은 부족한 영어실력은 물론이요, 그의 핵구린 세계관까지 포함한다. 가장 유명한 건 역시 <007 스카이폴>이다.


She is pretty if you like that sort of thing.

예쁘네요. 된장녀 같지만.


 "그런 취향이라면 말리진 않을게요.", "본인 눈에 예쁘시다면야", "취향 독특하시네" 등 수없이 많은 번역의 가능태를 버려둔 채 그는 굳이 '된장녀'를 택했다. 용인발음(RP)으로 정확한 딕션을 하는 MI6 요원 이브가 사용할 거라곤 상상도 하기 힘든 여성혐오적 단어다. 번역가의 세계관이 드러나는 순간.


 이번에 논란이 된 자막 역시 여성혐오(Misogyny)적 사상이 개입한 결과 만들어진 참극이다. 할리퀸이 어떤 캐릭터인지 공부하지 않고 그가 여성이라는 점에만 주목한 탓에, 경찰을 서슴없이 돼지새끼들이라 칭하고 배신자의 가죽을 산 채로 벗겨 처형하는 할리퀸의 대사를 얌전한 존댓말로 번역해버린 것이다. 위에 첨부한 장면의 자막은 전부 수정되어야 한다.


What?

왜요? → 뭘 봐?


(You irritate or vex me...)

I'm known to be quite vexing, I'm just warning you.

내가 좀 그런 스타일인데 봐주면 안돼요?

→ 내 얘긴 것 같은데 미리 경고 좀 할게


I love this guy.

이 오빠 맘에 들어 → 나 얘 맘에 들어


How about you, hot stuff?

뜨거운 오빤 뭐? → 거기 불 뿜는 애는 뭘로 줄까?


 배급사 측은 황급히 "예고편 번역 담당은 박지훈이 아니었다"며 자막을 수정했지만, 그간 그가 저질러 온 행적이 있는 터라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주는 사람은 별로 없는 모양이다. 만화계에 오경화수월이 있다면 영화계에는 박지훈이 있다는 말까지 도는 마당에 관객들의 지속적인 항의에도 불구하고 계속 박지훈에게 일감이 공급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그콘서트 유행어를 사용해달라는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는 배급사도, 충분한 조사 없이 주먹구구로 번역을 시도하는 번역가 개인도 모두 반성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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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역과/블리자드2016. 7. 29. 04:07

 최근 공개된 오버워치의 새 영웅 '아나'의 이야기를 다룬 단편 만화 <노병들>.


 일본이나 한국에서 발매되는 만화와는 전혀 다른 북미형 만화 특유의 리듬과 대사량 때문에 평소 습관을 버리고 한 줄씩 천천히 읽다가(나는 이것을 잉크젯 프린터형 독해라고 부른다) 문맥상 다소 의문스러운 구절이 있어 원판인 <Old Soldiers>를 찾아 비교해 보았다.


 우려한대로 오역이었다.




 They left you to die, they left me to suffer...

놈들이 날 죽게 놔뒀어. 고통받게 놔뒀어...

→ 널 죽게 버려둔 놈들이... 내겐... 이런 고통을...


 물론 떡밥 부족(...) 탓에 They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파악하기는 힘들다. 과거 오버워치에 소속되어 있던 인물들 전체를 가리키는 것일수도, 그 뒤에서 오버워치의 해체를 조종한 미지의 세력을 지칭하는 것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두 문장이 병렬로 배치되어 있고 주어가 일치하며, 목적어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me는 발화자인 가브리엘(리퍼), you는 당연히 아나를 가리킨다. 헌데 번역판의 문장에 따르면 빈사상태로 버려진 것도, 고통을 겪은 것도 리퍼가 된다. 명백한 오역이다.


 덧붙여 다른 문장들도 조금 다듬고 싶다.



What happened to you...?

당신 왜 이렇게 된 거야...? → 너, 그 꼴은 대체...?


HE did this to me, Ana.

저놈이 이렇게 만들었지. →  잭... 잭이야...


THEY left me to become this thing.

그놈들이 내가 이 꼴이 되게 버려뒀어. → 전부 다... 놈들 짓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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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게임2016. 7. 28. 22:47

[경고]

파이널 판타지 14의 탐타라 묘소(어려움 난이도)에 대한 중대한 스포일러 있음















 그러니까 이건 말하자면 서술 트릭이다. 우리는 거짓말을 하지 않은 사람에게 속았다.


 사스타샤 침식동굴 앞에서 비난받던 에다가 문득 차가운 무표정을 지었을 때,

 리아빈과 파이요레이요가 에다에게 "소중하게 갖고 다니는 머리, 빨리 묻어버려!" 라고 소리를 질렀을 때,

 울다하에서 다시 만난 에다가 "내 약혼자가 그랬듯 당신을 동경한다"고 말했을 때.


 이 끔찍한 이야기의 결말을 예측할 단서는 이미 모두 주어져 있었다.

 (원래 이 던전의 이름은 (어려움)이 아니라 惨劇霊殿, 즉 참극이 일어난 영혼의 전당이다)


 에다가 미쳐가는 과정을 가장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건 던전 내 여기저기에 놓여 있는 일기장이다.

 


 두 번째 일기장 정도까지만 해도 평범하게(?) 죽은 애인을 기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지막 일곱 번째 일기장에서는 아예 노골적으로 미쳐 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한자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직 히라가나로만 적어내려간 점이 특히 소름끼친다.


 문제는 이 지점, 즉 '한자 대신 히라가나만 사용했다'는 내용 외적 사실을 어떻게 옮겨낼 것이냐다.


 액토즈소프트는 과연 어떤 방법을 택했을까.





 바로 '띄어쓰기'.


 일본에서 처음 말과 글을 배운 아이들이 성장해 가면서 주요 단어들을 가나 대신 한자로 표기하게 하는 것이 초등교육의 중요 포인트에 해당하듯, 우리나라 역시 아이들이 처음 한글을 뗐을 때는 넘어가던 띄어쓰기를 성장에 따라 차츰 요구하기 시작한다. 일본인이 한자를 어려워하듯 우리 역시 대강이 아닌 정확한 띄어쓰기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이따금 타인이나 컴퓨터의 도움을 구하기도 한다.


 에다가 정신적 퇴행을 겪으며 주요 단어를 한자로 표기하는 대신 점차 머리에 떠오르는 내용을 그대로 히라가나로 적기 시작했다고 본다면 띄어쓰기 없이 모든 문자를 붙여서 표기한 번역은 거의 정답에 가깝다.


 F.A.T.E는 '돌발 임무'로, 그랜드 컴퍼니는 '총사령부'로, 프리 컴퍼니는 '자유부대'로, 지명인 팔콘즈 네스트도 '매의 보금자리'로 옮길만큼 액토즈는 적극적으로 한국어 현지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결과는? WoW가 그랬듯 처음에는 어색하다는 반발을 샀지만 2016년 현재는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한 것 같다. 액토즈소프트의 선택과 그 결과에 블리자드가 최초로 제시한 현지화 전략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기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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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역과/블리자드2016. 7. 28. 21:04


 요즘 텀블러는 오버워치 영웅들을 자유롭게 조합한 2차 창작, 속칭 '연성'으로 바쁘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개씩 그림과 글이 올라오고, 개중 상당량이 센슈얼하다. 소스 필름메이커(SFM)로 영상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위에 링크한 영상은 위도우메이커와 송하나. (D.va는 위도우메이커와 커플링되는 빈도가 트레이서에 버금간다)

 잡설은 여기까지 하고, 문득 위도우메이커의 끈적한 프렌치 억양이 귀에 들어왔다. 


This is no place for children.


 한국어로는 "아이들이 올 곳이 아니란다." 위도우메이커가 하는 말 치곤 상냥함이 과하지 않은지...?


 "애들은 딴 데 가서 놀아라."로 옮기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그리고 억양...

 영웅들이 저마다 사용하는 억양을 한국어 녹음시에 반영할 수는 없을까?

 물론 여러 모로 개인적인 욕심에 불과하겠지만.

 


 프랑스 출신인 이다도시 씨의 한국어를 자세히 분석하면 French accent in Korean의 규칙을 만드는 것도 영 불가능하진 않아보인다.


 1. 조음위치가 상당히 앞으로 쏠려 있다. 중설모음이 전설모음 또는 원순모음화되며 "왜"를 /ø/로 발음한다.

 2. 몇몇 자음의 발음이 프랑스어에서의 발음 출현빈도를 반영한다. ㅅ이 /s/와 /ʃ/로 각각 발음되어야 하는 경우를 거꾸로 적용하는 모습이 보인다. 또, 어두의 자음이 모두 유성음화된다.

 3. 단어를 잘못 사용하는 경우에서 프랑스어의 흔적이 나타난다. 영상 1분 16초 지점에서 "소화를 평화스럽게 하셨으면 좋겠거든요"라는 말은 프랑스어의 en paix가 '평화로운'과 '편안한'의 두 가지 뜻을 모두 갖고 있는 데서 기인한 실수로 보인다.


 물론 소위 말하는 '사투리 번역'이 내포한 맹점을 그대로 답습하는 짓이지만 욕심이 나는 건 나는 거니까(...).


 더 많은 규칙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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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역과/블리자드2016. 7. 28. 19:56


 오늘 업로드된 오버워치 현지화 설문 피드백의 일부.


 오버워치 업적명의 원문은 대개 간결하고 패러디로 읽을 여지가 적은데, 현지화 과정에서는 반대로 대부분의 업적명에 재치있는 패러디나 유행어를 접목하려 하다 보니 실수가 생긴 걸로 추측된다. 과유불급.


 둘 중 특히 "빙벽녀"는 그간 언론에서 "~女"라는 호칭을 얼마나 여성혐오적으로 사용해왔는지를 고려했을 때 큰 패착이다. 자사의 다른 게임에서도 패러디 요소를 가져오곤 하던 블리자드니 차라리 WoW 마법사의 생존기 "얼음방패"로 번역하는 건 어땠을까. 또는 냉기 특성 중 하나인 "얼음 수호물"이라거나.


 "여자가 독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구절 역시 미소지닉한 건 마찬가지다. 이 문장의 의미가 구동되기 위해서는 여자가 일반/평균적으로는 독을 품지 않는다는 전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원래 이 문구는 옛날 유대 랍비들이 저술한 문헌에서 처음 발견되었는데, '여자는 나중에 만들어졌으므로 남자보다 하등하다'고 주장하던 사람들의 말이니만큼 좀 삐딱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지 싶다.


 "Did that sting?"은 명백하게 "Did that hurt?"의 변용이다. 위도우메이커의 컨셉이나 성격을 바탕으로 추측컨대 업적명을 지을 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고려했을 가능성이 있다. 과감하게 "아멜리의 50가지 살인기술"이라는 번역을 제안하고 싶다.


 지적으로 인해 업적명을 변경할 때마저 어줍잖게 웃음기를 섞으려다가 "이전 업적명이 훨씬 재밌었는데 프로불편러들 때문에 덜 웃겨졌다"고 욕을 먹느니 차라리 쌈박하게 웃음기 쫙 빼고 담백하게 번역하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얼음 방벽"과 "아팠어?"도 아마 그런 고민의 결과물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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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왼쪽서랍
번역의/블리자드2016. 7. 28. 18:08


I knew you'd find your way here, eventually.

이 곳을 찾아올줄 알았어. 언젠가는...


 깔끔하고 정확한 번역이다.


 젤 나가의 예언을 먼저 접한 케리건의 입장에서는 제라툴이 자신의 정보 진도를 따라잡는 것으로 보일테니 '온다'는 동사를 썼고, 제라툴 입장에서는 숨겨진 사원의 비밀과 예언을 여러 수단을 동원해 탐색하다가 도착한 것이니 '찾아'냈다는 말이 붙는다.


 "네가 갈 길을 찾아내서 이 곳에 도착할 줄 알았어" 마냥 장광설을 늘어놓지 않아도 정확하고 적합한 서술어를 찾아 사용한 덕에 '찾아온다'는 말을 오해할 여지도 없어진다. 바쁜 케리건이 제라툴 올 때까지 몇 날 몇 달이고 어둠 속에서 밥도 안먹고 계속 기다리고 있었을 리는 없으니까(...)


 다만 성우 소영님의 목소리가 <군단의 심장>에서보다 좀 높다. 너무 청아하달까... 영어 대사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구개수 전동이 무척 매력적이었던지라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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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과 현지화  (0) 2016.07.28
Posted by 왼쪽서랍
번역의/블리자드2016. 7. 28. 17:51

 박상익 씨가 쓴 <번역은 반역인가>를 읽었다. 번역 일반론에 대한 가벼운 물음을 제시하는 책일 거라 생각했는데 그보다는 한국 번역계의 오점을 고발하는 보고서에 가까워서 뒷맛이 씁쓸했다.


 "번역은 반역이다"


 말과 글을 다른 언어로 옮기는 것을 업으로 삼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 경구를 모를 리 없다. 원래는 이탈리아의 오랜 경구였던 "Traduttore, tradittore"를 옮긴 것으로, 사전적 직역을 하자면 "번역자는 반역자"라는 뜻이다. 영어권에서는 "Translation is transgression"으로 알려진 모양. 라틴어를 종교적으로 숭상하던 르네상스 시대 지식인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원문의 아름다움과 심오함을 그대로 전할 수가 없다'는 좌절을 담아 만든 경구치곤 웃기게도 영어와 한국어 번역이 모두 꽤 잘된 사례(......).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이상섭 씨가 쓴 번역 일반론에 따르면 "한국어로의 번역은 여러가지 역사적 사정으로 인하여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반역이 되기 쉽"다. 문호 개방 후 최초로 영어 서적을 번역한 사람들은 모두 영어가 아니라 일본어와 한문에 능한 사람들이었고, 따라서 대한민국 번역의 기술적 축적은 영→일→한의 중역을 토대로 행해진 셈이기 때문이다. 자연히 "너는 그에게 코오피를 대접당하였느냐?"나 "그 소년은 그의 어머니에 의하여 음식을 먹이워졌다"같은 기괴한 문장이 영문법 서적에 실렸고, 이게 가방끈 좀 길다 싶은 사람들의 보통 글에까지 전염되고 말았다. (지금 내가 쓴 이 문단에도 온갖 일본식 직역주의의 산물들이 녹아있을 터다)


 영한번역의 보편적 품질에 대한 불신이 쌓인 와중에 영어 사교육 열풍까지 가세해, 영미권에서 발매되어 우리나라로 수입된 게임은 그냥 영어로 하는 게 당연하다는 풍토가 생겼다. 20년 전에는 정말 그랬다. 일본에서 발매된 게임에 영어 플레이 모드가 있으면 감사합니다 넙죽 절이라도 해야 했다. Fireball은 파이어볼이었고, Immune은 이뮨이었으며, Nuclear launch detected는 그냥 뉴클리어 런치 디텍티드(...)였다. 물론 간간히 한국어 번역을 시도하는 사례야 있었다. 그러나 수입/배급사에서 정식으로 한글화를 진행하는 경우는 드물었고, 대부분 한스타나 스토리크래프트처럼 아마추어 팀이 패치 형태로 제작하는 경우였다.



 북미에서 영어 기반으로 발매된 게임이 배급사에 의해 한글화패치의 은사를 입은 최초의 사례라면 <녹스>나 <발더스 게이트> 정도일까. 재미있는 건 번역품질이 비교적 높았던 <녹스>는 처참하게 망했지만 오역 투성이였던 <발더스 게이트>는 국내에서도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했다는 것... 세상사 한 치 앞을 모르는 법이다.


 아무튼 기조철학이고 기술 축적이고 아무 것도 없이 주먹구구로 나아가던 한국의 게임 현지화 시장에 신선하고 거대한 충격을 던져준 게임이 있었으니... 모르면 간첩 소리 들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다.



 등장인물과 NPC의 이름이나 성을 비롯해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작정하고 영어의 흔적을 없애버린 한글화 철학에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Fireball은 더이상 파이어볼이 아닌 화염구였고, Immune은 면역이 되었다. 단순히 한글로 옮겨적힌 영어가 아니라, 진짜 '한국어'로 북미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낯선 쾌감. 그건 블리자드가 한글화나 번역이라는 좁은 개념을 뛰어넘어 적극적인 '현지화'를 시도한 덕분이었다.


 사전을 매개체로 대응되는 두 언어를 기계적으로 옮겨적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단어를 분해 및 조립하거나 아예 만들어내는 것. '의역'을 넘어서 '오역'이라고 불릴 위험을 감수하고 저지른 이 미친 짓은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엄청난 환호를 받았다. 이와 같은 현지화 전략은 이후 한국 게임업계의 기본적인 번역철학으로 자리잡았다. 라이엇의 LoL과 같은 타사의 영어 기반 게임은 물론, 심지어 파이널판타지 XIV같은 일본어 기반 게임에서도 블리자드형 현지화 전략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정도다. (이에 관해서는 따로 다룰 기회가 있으리라 믿는다)


 블리자드형 언어 현지화의 대표적 사례를 범주화해 정리했다.


 1. 신조어 : Mortal


 요정이나 신 등 죽지 않는 자(Immortal)에 대비되는 개념으로써의 Mortal은 이미 반지의 제왕 시절부터 등장하던 단어다. 영어가 모어인 사람들에게야 운율도 맞고 단어 자체로 개념을 이해하기도 쉬웠겠지만 문제는 한국어로 Mortal을 어떻게 옮기느냐다. 1991년 예문社를 통해 번역된 해적판에서는 "죽을 운명의 인간"으로 옮겨졌지만 길고 조잡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반지의 제왕과 마찬가지로 워크래프트 세계관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 단어를 블리자드는 "필멸자"로 옮겼다. 없는 단어다. 사전에도 '필멸' 정도가 간신히 적혀있다. Immortal과 Mortal이 주는 간결하고 쌈박한 운율, 그리고 그에 비해 너무나도 터무니없을 정도로 정반대인 뜻을 표현하기 위해 "불멸자↔필멸자"라는 공식을 만들어 제시한 것이다. 이 기막힌 도전은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사람들이 무릎을 탁 치고 다들 환호해야만 성공인 게 아니다. 모두가 이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후 Mortal을 필멸자로 옮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도 안전한 선택지가 되었고, 현재는 게임을 비롯한 대부분의 서브컬처에서 인간을 묘사하는 동의어로 자주 사용되고 있다.

 2. 단어가 지칭하는 대상의 이미지에 집중 : Marauder


 '불곰'으로 알려져 있는 스타크래프트2 테란 유닛의 원래 이름은 Marauder다. (스타크래프트2가 출시될 시점에서는 이제 원어보다 번역어를 더 친숙하게 여기는 유저들이 많아졌다는 점 역시 주목할만하다) Marauder는 사전적으로 약탈자, 습격자라는 뜻이다. 약탈이나 습격이라면 영어에도 plunder, attack, despoil 등 여러 유의어가 있지만 그 중 maraud는 (먹이를 찾아 헤매다가) 습격해서 약탈한다는 용례로 주로 쓰인다. 자연히 육식동물의 이미지가 우선 떠오른다. 그 와중에 두툼한 목과 큰 덩치를 지닌 Marauder 유닛의 외관이 눈에 들어온다. Marauder는 그렇게 불곰이 되었다.


     


 3. 단어 다듬기 : Sun eater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첫 번째 확장팩 <불타는 성전> 당시 등장한 던전 중 하나인 메카나르에서는 마지막 네임드 몬스터로 철두철미한 파탈리온이라는 하이엘프를 만날 수 있다. 파탈리온은 낮은 확률로 Sun eater라는 한손도검을 드랍하는데, 나름대로 멋진 외관이라 룩변용으로 인기가 좋다.

 


 이 무기의 이름은 현지화 과정에서 '태양의 포식자'로 옮겨졌다. 타사의 게임인 던전 앤 파이터에 등장하는 비슷한 이름의 무기가 '해를 먹는 자'인 것에 비해 훨씬 권위있고 무기의 이름으로 타당해 보인다. 단순히 한자어와 우리말이 주는 어감 차이에 기댄 것이 아니다. 아서스의 무기 Frostmourne을 서리한으로 옮긴 사례는 너무 유명해서 설명하기 민망할 정도다. WoW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아이템 이름이나 칭호는 이와 같은 조탁 과정을 거쳐 근사한 형태로 완성됐다. 참고로 이 무기를 드랍하는 철두철미한 파탈리온의 영어 이름은? Pathaleon the calculator다.


 4. 유행어와 유머코드를 도입한 적극적 초월번역 : 대부분의 업적 이름


 초월번역이라는 말이 아직 공식적으로 정의된 단어가 아니라 조금 망설였지만, 어쨌든 대부분 '원문이 표현하는 정서와 내용만을 보존한 채 창작에 가까운 형태로 번역된 경우'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1) 원문에서 사용된 단어나 통사구조를 깡그리 무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번역구가 가리키는 바를 이해하는 데에 문제가 없으며 2) 재치와 유머의 정서를 잘 보존했고 3) 심지어 원문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지게 만드는. 블리자드 게임의 업적 이름은 드물게도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한다.


 곧 출시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여섯 번째 확장팩 <군단>의 업적명만 해도 이미 유저들과 네티즌에게 대단한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일부를 아래에 소개한다.


 [다 돈 때문에 하는 거지] 

 [기술이 미래다] 

 [비쥬얼 와우팡] 

 [군단요리를 부탁해]

 [아아 수라마르에 지맥이 가득해] 

 [흙 만지게 해주세요!]

 [나... 나도 흙 만질 거야!]

 [본체 말고 뭣이 중한디?]

 [나 꿍꼬또 벌레꿍꼬또]

 [눈깽이 야렸나요]

 [중첩, 폭룡이 최고다]

 [쮸쀼쮸쀼]

 [눈 가리고 와우]

 [유물 무기의 멋짐을 모르는 당신은 불쌍해요]

 [넘나 전망 좋은 곳]

 [수수께끼는 풀렸다]

 [꿀 같은 걸 끼얹나?]

 [이 얼마나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생각이니?]

 [진리 알 까네]

 [용 족 출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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