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업로드된 오버워치 현지화 설문 피드백의 일부.
오버워치 업적명의 원문은 대개 간결하고 패러디로 읽을 여지가 적은데, 현지화 과정에서는 반대로 대부분의 업적명에 재치있는 패러디나 유행어를 접목하려 하다 보니 실수가 생긴 걸로 추측된다. 과유불급.
둘 중 특히 "빙벽녀"는 그간 언론에서 "~女"라는 호칭을 얼마나 여성혐오적으로 사용해왔는지를 고려했을 때 큰 패착이다. 자사의 다른 게임에서도 패러디 요소를 가져오곤 하던 블리자드니 차라리 WoW 마법사의 생존기 "얼음방패"로 번역하는 건 어땠을까. 또는 냉기 특성 중 하나인 "얼음 수호물"이라거나.
"여자가 독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구절 역시 미소지닉한 건 마찬가지다. 이 문장의 의미가 구동되기 위해서는 여자가 일반/평균적으로는 독을 품지 않는다는 전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원래 이 문구는 옛날 유대 랍비들이 저술한 문헌에서 처음 발견되었는데, '여자는 나중에 만들어졌으므로 남자보다 하등하다'고 주장하던 사람들의 말이니만큼 좀 삐딱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지 싶다.
"Did that sting?"은 명백하게 "Did that hurt?"의 변용이다. 위도우메이커의 컨셉이나 성격을 바탕으로 추측컨대 업적명을 지을 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고려했을 가능성이 있다. 과감하게 "아멜리의 50가지 살인기술"이라는 번역을 제안하고 싶다.
지적으로 인해 업적명을 변경할 때마저 어줍잖게 웃음기를 섞으려다가 "이전 업적명이 훨씬 재밌었는데 프로불편러들 때문에 덜 웃겨졌다"고 욕을 먹느니 차라리 쌈박하게 웃음기 쫙 빼고 담백하게 번역하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얼음 방벽"과 "아팠어?"도 아마 그런 고민의 결과물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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