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의 세계관에는 약한 편이지만, 적어도 디아블로 III 홈페이지 첫 화면을 장식했던 문구는 또렷이 기억한다.
"그리고 천상이 크게 울리리라"
원어 "And the heaven shall tremble". 흠 잡을 곳 없이 완벽한 번역이다.
다만 4막 오프닝 영상은 대부분의 번역이 아쉬웠다.
Even in the heart of heaven, angels can still feel fear.
천상의 심장부에서도 천사가 공포를 느낄 수 있지.
한국어 문장의 주술호응 자체가 미묘하게 어긋나있다. 듣기 꽤 어색하다.
안긴 문장에 '~에서도'라는 한정 접미사를 붙였는데 뒷 핵심 문장에는 한정사가 빠져있기 때문이다.
'can still'을 옮기기 위해서는 한정구가 반드시 필요하니 뒷 문장에 한정사 '는'을 넣는 게 좋다.
그리고 angels를 천사'들'이 아닌 단수형으로 옮긴 이유를 납득하기 힘들다. 천사 원래 여러명 아닌가...
내가 제안하는 번역은 다음과 같다.
천상의 심장부라 해도, 천사들이 공포를 느낄 순 있지.
중간에도 몇 개 아쉬운 문장이 있다.
You cannot hide from me.
난 속일 수 없다. → 내 눈을 속이진 못한다.
Let your true self revealed.
너의 본 모습을 드러내라. → 네 본모습을 드러내라.
(본모습은 하나의 명사니 붙여쓰고,
네를 /ni/나 /nɛ/가 아니라 /ne/로 정확하게 발음하면 더 비일상적이고 권위적으로 보일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다시 디아블로의 대사.
Take one last look at your shining Heaven, Imperius.
빛나는 천상을 한 번 더 봐 둬라, 임페리우스.
For soon, nothing of it shall remain but my laughter.
이제 곧, 전부 사라지고 내 웃음만 남을테니.
last가 번역구에서 빠진 이유는 대체 무엇인가? 또, 임페리우스를 비꼬는 디아블로의 어조가 좀 약해졌다.
→ 빛나는 천상을 마지막으로 잘 봐둬라, 임페리우스.
→ 이제, 곧 모두 무너지고 내 웃음만 남을테니.
'전부 사라지고'를 '모두 무너지고'로 바꿨다.
원순화된 /mo/와 /mu/가 주는 울림 때문에 더 인상깊은 대사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내 웃음만 남을테니'는 그대로 두었다. '내 웃음만이 남으리라'로 고쳐볼까 했지만 그랬다간 'for'가 없어지는 셈이다.
게다가 해당 대사에 할당된 시간이 꽤 짧다. 멋대로 고쳤다간 싱크에 문제가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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