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에서2016. 7. 26. 16:20

 최근 제법 특이한 번역의뢰가 들어왔다.


 만학도로 대학에 입학한 분이 수업에서 저널을 읽고 요약 및 발표를 하게 되었는데, 본인의 영어실력으로는 시간 안에 논문을 다 읽는 것만으로도 벅찰 지경이라는 것이다.


 나야 오랜만의 일감이라 덥썩 물었지만, 심리학 논문일 줄은 몰랐다. 재미있었다.


 연세가 지긋한 분이니만큼 예전 <누드교과서> 집필 때처럼 해요체를 썼다.  

 또, 기존 번역서에서 제시한 단어로 번역어를 통일하고 문장을 부드럽게 다듬었다.

 작업에 공을 들이는 내내 국내 대학교재 번역서의 품질이 얼마나 엉망진창인지를 재차 확인했다(...).


 여러 사정상 전체를 기재할 수는 없지만, 가장 공들였던 일부 문단을 이 곳에 옮긴다.




The Cognitive Neuroscience of Working Memory and Aging


Patricia A. Reuter-Lorenz
Ching-Yune C. Sylvester


업기억에서의 선택적 주의, 억제, 간섭
(Attention, Inhibition, and Interference in Working Memory)

 작업기억에서는 특히 선택적 주의(selective attention)와 억제(inhibition)라는 단계가 중요합니다. 감각기관에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 중 중요한 것에만 ‘선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고’, 이미 사용되어 더 이상 필요 없는 정보는 ‘억제해서 잊어버려야’ 하니까요.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이런 기능이 약해지고 그 결과 쓸모 없는 정보가 쉽사리 내 기억을 간섭(interference)하게 됩니다. 작업기억 능력이 감소하게 된다는 거죠. 실제로 어떤 글 사이사이에 중요하지 않은 문장을 일부러 삽입해놓고 읽어보게 하는 실험 결과, 중요한 문장만을 골라내는 능력은 노년층이 청년층에 비해 훨씬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선택적 주의 단계에서 간섭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어떤 일이 생길까요? 필요한 정보를 얻은 뒤에 작업기억 영역으로 들어와버린 쓸모 없는 정보가 정보처리를 방해하겠죠. 나중에 들어온 정보가 먼저 들어온 정보를 간섭한다는 의미에서 이것을 역행 간섭(RI. Retroactive interference)이라고 부릅니다. 노년층은 선택적 주의 능력이 특히 떨어지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역행 간섭에 취약해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억제 단계에서 간섭이 나타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미 사용되어 더 이상은 필요 없는 정보가 계속 남아서 나중에 들어온 정보가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도록 방해하겠죠. 이 경우에는 먼저 들어왔던 정보가 나중에 들어오는 정보를 간섭한다는 의미에서 순행 간섭(PI, proactive interference)이라는 말을 씁니다. 역행 간섭과 마찬가지로 나이가 들수록 순행 간섭에 약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나이와 순행 간섭은 별다른 관련이 없다는 연구 결과도 종종 보고되고 있습니다.



201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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